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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회
김석태 AI기반지원국장
안녕하십니까. AI기반지원국장 김석태입니다.
바쁘신 가운데 오늘 세미나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논의할 주제는 ‘에이전틱 AI 시대의 국가 AI 컴퓨팅 전략’입니다.
이 주제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기술혁신·인프라 분과에서 그동안 논의해 온 내용이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3대 메가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하고자 오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면 신진우 기술혁신·인프라 분과위원장님의 개회사로 세미나를 시작하겠습니다.
2. 개회사
신진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기술혁신·인프라 분과위원장
안녕하십니까.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기술혁신·인프라 분과위원장 신진우입니다.
오늘 참석해 주신 위원님들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발제를 맡아주신 이동수 위원님과 패널 토론에 참여해 주신 전문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AI 기술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쟁의 중심은 초거대 모델과 파운데이션 모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AI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거나 콘텐츠를 생성하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도구를 활용하며 여러 시스템과 협업하여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모델의 성능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변화가 아닙니다. 컴퓨팅 인프라, 메모리, 네트워크, 운영체제, 보안, 산업 생태계와 인재 양성까지 모두 함께 바뀌어야 하는 변화입니다.
오늘 세미나에서는 에이전틱 AI가 가져올 컴퓨팅 패러다임과 차세대 AI 인프라의 변화를 살펴보고, 대한민국이 AI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기술 및 정책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지 논의하고자 합니다.
3. 발제
에이전틱 AI 시대의 게임의 법칙 변화와 국가 전략
이동수 기술혁신·인프라 분과위원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에이전틱 AI 시대에 AI 산업의 게임의 법칙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그리고 이에 대응하여 대한민국이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3.1 ‘대화하는 AI’에서 ‘일을 수행하는 AI’로
그동안 우리가 이야기해 온 AI, 특히 LLM은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질문을 받아 답변을 생성하는 형태였습니다. 사람이 질문을 하면 모델이 답을 내놓는, 일종의 대화형 또는 응답형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에이전트 AI는 구조부터 다릅니다. Cursor나 Claude Code와 같은 코딩 에이전트를 비롯하여 여러 에이전틱 AI 시스템이 불과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관심과 산업적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에이전틱 AI 시스템에서는 하나의 모델이 모든 일을 처리하지 않습니다. 각각 특정 역할에 특화된 여러 AI 에이전트가 존재하고, 이 에이전트들이 서로 통신하며 협력합니다.
어떤 에이전트는 계획을 세우고, 어떤 에이전트는 외부 도구를 사용하며, 또 다른 에이전트는 결과를 검증합니다. 검증 과정에서 실패가 발견되면 처음 단계로 돌아가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수십 번 또는 수백 번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AI를 단순한 ‘Talker’, 즉 말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Doer’, 실제로 일을 수행하는 시스템이라고 표현합니다.
기존의 LLM이 사람과 컴퓨터가 일대일로 상호작용하던 PC 시대의 시스템과 비슷했다면, 에이전틱 AI는 여러 시스템이 상호 연결되고 스스로 협력하는 인터넷 시대와 비슷한 성격을 가집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돈을 버는 AI의 시대, 실제 산업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AI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기존 LLM에서 중요했던 특성과 최적화 방법이 에이전틱 AI에서도 그대로 유효할 것인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문제와 인프라 과제가 등장할 것인가? 이 부분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3.2 우리가 상상해 온 AI는 대부분 에이전틱 AI였다
에이전틱 AI라는 표현이 다소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 우리가 영화에서 보거나 일상적으로 상상해 온 AI의 상당 부분은 에이전틱 AI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운전 중에 AI에게 “누구에게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줘”라고 요청한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요청을 수행하려면 음성을 인식하는 AI가 필요하고, 내용을 정리하고 글을 작성하는 AI가 필요하며, 이메일과 주소록, 캘린더 같은 외부 도구에도 접근해야 합니다. 여러 AI와 소프트웨어가 협력해야 실제 이메일 발송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또 냉장고를 확인했는데 달걀이 없다고 해보겠습니다. 사용자가 “필요한 식료품을 주문해줘”라고 말하면 AI가 상품을 검색하고, 여러 쇼핑몰의 가격과 배송 조건을 비교하고, 결제 시스템을 호출하여 실제 주문까지 수행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는 쇼핑 에이전트, 결제 에이전트, 사용자 인증, 재고 확인, 배송 시스템 등 수많은 서비스와 도구가 연결됩니다.
즉, 에이전틱 AI는 하나의 독립된 모델이 아니라 여러 모델과 애플리케이션, 외부 도구, 데이터베이스가 연결된 복합 시스템입니다.
3.3 에이전틱 AI는 트래픽과 토큰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기존의 LLM 사용은 “이 문서를 요약해줘”, “이 문장을 번역해줘”와 같이 비교적 명확한 단일 요청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에이전틱 AI 시대에는 일상생활에서 불편하거나 귀찮은 대부분의 업무를 AI에 넘기게 될 것입니다. 휴대전화의 앱들도 에이전트화되어 서로 통신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는 사용자가 지도 앱을 열고, 목적지를 검색하고, 다른 앱을 열어 식당을 예약하고, 결제 앱을 실행합니다. 앞으로는 사용자가 다소 모호한 요청 하나만 전달하면 AI가 어떤 앱을 사용하고, 어떤 순서로 통신하고, 어떤 작업을 실행해야 하는지 스스로 결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에이전틱 AI에서는 요청의 수 자체가 크게 증가합니다. 장기적으로는 검색 트래픽을 능가하는 막대한 AI 트래픽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요청 하나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토큰 수도 급격히 증가합니다.
에이전트는 스스로 계획하고 생각해야 하며, 여러 에이전트가 수차례 메시지를 주고받아야 합니다. 실행에 실패하면 이전 단계로 돌아가 다시 추론하고 작업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LLM 요청과 비교하면 하나의 업무를 처리하는 데 10배 이상의 토큰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인프라 비용 역시 증가합니다. 모델 크기가 커지고, 여러 에이전트를 동시에 운영해야 하며, 장기 문맥과 KV 캐시를 저장하기 위해 막대한 메모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발표에서 인용한 연구 결과 중에는 에이전틱 AI가 기존의 단순 LLM 질의와 비교해 요청 한 건당 최대 136배의 전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여러 에이전트가 수십 차례 상호작용하고, 계획과 검증을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에이전틱 AI는 모델 성능의 문제가 아니라 전력, 메모리,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전체의 문제입니다.
3.4 데이터센터 투자의 배경은 추론 시장의 수익성이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확대되고, 관련 기업의 주가와 시장 전망도 크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이렇게 경쟁적으로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이유는 결국 추론 서비스에서 막대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학습은 모델을 만드는 과정이지만, 실제 사용자와 기업이 돈을 지불하는 영역은 추론입니다. 특히 에이전틱 AI가 기업 업무와 소비자 서비스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면 추론 요청량과 연산량이 모두 크게 증가합니다.
다만 추론 서비스의 단가는 계속 하락할 것입니다. 중국 모델을 포함하여 다양한 업체가 경쟁하면서 토큰 가격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토큰만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토큰을 동시에 예측하는 멀티토큰 프레딕션, 작은 모델이 후보 토큰을 만들고 큰 모델이 검증하는 스페큘레이티브 디코딩 같은 기법들이 이미 많은 프런티어 모델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결국 추론 서비스의 가격은 낮아지지만, 전체 사용량과 시장 규모는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과정에서 효율적인 인프라를 가진 기업이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3.5 에이전틱 AI의 ‘아이폰 모먼트’와 인퍼런스 운영체제
저는 현재의 에이전틱 AI를 일종의 아이폰 모먼트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 이전의 휴대전화에서는 게임, 음악 재생, 통화 같은 기능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동작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하나의 기기에서 여러 애플리케이션이 동시에 실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앱이 하나의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공유하면서 운영체제가 중요해졌습니다.
어떤 앱이 메모리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사용하지 않는 앱의 자원을 언제 회수할지, 여러 앱을 어떤 순서로 실행할지를 운영체제가 관리합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는 “휴대전화에 왜 운영체제가 필요한가”, “왜 그렇게 큰 DRAM이 필요한가”라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생태계가 성장하면서 운영체제와 메모리 관리가 핵심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에이전틱 AI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에이전트와 모델, 도구가 동시에 작동하게 되면 이들을 조율하는 인퍼런스 운영체제가 필요합니다.
어떤 에이전트를 언제 실행할지, 어떤 모델을 호출할지, 메모리와 KV 캐시를 어떻게 배치할지, 실패한 작업을 어디에서 다시 시작할지 등을 관리하는 스케줄러와 메모리 관리 계층이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데이터센터는 단순히 토큰을 대량 생산하는 ‘토큰 팩토리’가 아니라, 복잡한 에이전트 업무를 실행하고 조율하는 거대한 컴퓨팅 시스템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3.6 비싼 모델이 오히려 더 저렴할 수 있다
모델의 토큰 단가만 보면 작은 모델이나 저가 모델이 유리해 보입니다. 그러나 에이전틱 AI에서는 단순히 토큰당 가격만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성능이 낮은 모델은 작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도구를 호출하거나, 반복적으로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더 많은 턴과 토큰을 사용하게 됩니다.
반대로 더 똑똑하고 비싼 모델은 작업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필요한 에이전트와 도구를 올바른 형식으로 호출하며, 적은 시행착오로 업무를 끝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토큰당 단가는 높더라도 전체 업무를 완료하는 데 드는 비용은 오히려 낮을 수 있습니다. 처리 시간도 더 짧아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결과는 하네스, 벤치마크, 도구 구성과 업무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같은 모델을 사용하더라도 어떤 하네스를 적용했는지에 따라 비용이 두 배 이상 차이 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모델 자체뿐 아니라 에이전트 하네스와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과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3.7 에이전트의 장기 문맥은 긴 이메일 스레드와 같다
에이전틱 AI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문맥이 계속 누적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에이전트 1이 입력을 받아 결과를 생성하고, 그 결과를 에이전트 2가 전달받는다고 해보겠습니다. 에이전트 2는 에이전트 1의 입력과 출력 전체를 다시 입력으로 받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20번 반복되면 문맥이 계속 누적됩니다.
이는 직장에서 답장 20개 또는 30개가 달린 이메일을 전달받는 것과 비슷합니다. 메일 가장 위에는 “아래 내용을 참고해서 빨리 처리해 주세요”라고 쓰여 있지만, 아래 내용을 모두 이해하는 데 두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에이전트도 같은 문제를 겪습니다. 모든 과거 상호작용을 계속 입력에 포함하면 서비스가 느리고 비싸집니다.
LLM의 컨텍스트 길이가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로 유효하게 활용되는 문맥의 길이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에이전틱 AI 플랫폼들은 중간중간 문맥을 요약하거나 압축합니다. 긴 이메일 스레드 전체를 경영진에게 보내는 대신 핵심 내용을 A4 한 장으로 정리해 보고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어떤 정보를 유지하고 어떤 정보를 버릴지, 요약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가 손실되지 않도록 어떻게 관리할지가 에이전틱 AI 시스템의 핵심 연구 문제가 됩니다.
3.8 리즈닝 모델은 전체 토큰을 오히려 줄일 수 있다
리즈닝 모델은 답을 내기 전에 여러 단계로 생각하기 때문에 토큰을 많이 사용할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한 번의 추론만 보면 일반 모델보다 리즈닝 토큰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그러나 에이전틱 업무 전체를 기준으로 보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복잡한 코딩이나 도구 사용 과제에서 리즈닝 모델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더 정확하게 판단하고, 실패했을 때 실패 원인을 더 잘 분석합니다.
그 결과 전체 에이전트 턴 수와 시행착오가 감소합니다.
일반 모델이 여러 번 실수하고 다시 시도하면서 더 많은 토큰을 소비하는 반면, 리즈닝 모델은 한 번의 추론에는 많은 토큰을 쓰더라도 전체 작업을 더 적은 턴으로 완료할 수 있습니다.
결국 리즈닝 모델이 전체적으로는 더 적은 토큰과 비용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비싼 모델이 반드시 비싼 서비스인가”, “많이 생각하는 모델이 반드시 느린가”라는 기존의 가정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에이전틱 AI에서는 개별 모델의 토큰 효율성보다 전체 업무의 완료 비용과 완료 시간이 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3.9 메모리가 에이전틱 AI의 핵심 병목으로 부상한다
에이전틱 AI에서는 여러 모델과 에이전트가 긴 문맥을 공유하고, 대규모 KV 캐시를 유지해야 합니다.
모델 파라미터뿐 아니라 중간 상태, 컨텍스트, 에이전트별 메모리, 도구 실행 결과를 저장해야 하기 때문에 메모리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집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HBM뿐 아니라 CXL 기반 확장 메모리, 차세대 DRAM, 메모리 풀링과 공유 기술이 중요해집니다.
문제는 호스트 프로세서와 메모리 디바이스 사이에 일종의 닭과 달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인텔, AMD, 엔비디아 같은 호스트 칩 업체가 새로운 메모리 기능을 지원해야 메모리 업체가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호스트 업체는 적극적으로 컨트롤러와 기능을 개발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메모리 디바이스 업체는 지원하는 호스트가 없기 때문에 실제 워크로드에서 실험하고 제품을 검증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기존 대기업보다 빠르게 워크로드를 분석하고 새로운 설계를 시도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나 연구조직에 기회가 있을 수 있습니다.
멀티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과 CXL 메모리를 연결하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함께 설계하여 에이전트에 최적화된 새로운 프로세서나 MPU를 만들 수 있습니다.
3.10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우리는 흔히 대한민국이 메모리 강국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좋은 메모리 디바이스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어떤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며, 그 서비스가 어떤 메모리를 요구하는지까지 이해해야 합니다.
또 새로운 메모리의 특성을 활용하기 위해 서비스 알고리즘을 어떻게 변경해야 하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 에이전트가 동일한 기반 모델을 사용하면 KV 캐시를 공유하여 연산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에이전트를 LoRA로 특화하면 모델 가중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기존에는 KV 캐시를 서로 공유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결과 각 에이전트가 프리필 계산을 다시 수행해야 했고, 응답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저희 연구에서는 “KV 캐시를 반드시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하드웨어·시스템 제약을 먼저 설정하고, 그 조건 안에서 LoRA의 특화 능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KV 캐시 공유를 강제하면서도 LoRA의 성능을 상당 부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응답 속도는 약 11배, 처리량은 약 4배 개선됐습니다. 당시에는 SSD 기반의 단일 서버 환경이었기 때문에, CXL과 멀티노드 시스템에 적용하면 더 큰 개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알고리즘 연구자가 하드웨어 제약을 이해하고, 하드웨어 연구자가 실제 에이전트 워크로드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알고리즘과 시스템을 분리해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요구사항과 메모리 구조를 처음부터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3.11 차세대 메모리는 서비스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차세대 메모리를 설명할 때 SRAM, DRAM, HBM, CXL 메모리, 스토리지 등을 속도와 용량에 따라 피라미드 형태로 배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그림만 보면 CXL 메모리 같은 기술은 DRAM보다 느리고 스토리지보다 비싸서 위치가 애매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에이전트 수가 증가하고 멀티노드 환경에서 KV 캐시를 공유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정 메모리 기술이 없으면 시스템 자체를 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메모리의 가치는 단순한 대역폭이나 지연시간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에이전트 수가 몇 개인지, 모델 크기가 얼마인지, KV 캐시가 얼마나 생성되는지, 시스템이 몇 개 노드로 확장되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SRAM도 작은 용량에서는 빠르고 저전력이지만, 용량이 테라바이트 단위로 커지면 인터커넥트 비용과 전력 때문에 오히려 비싸고 느린 시스템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차세대 메모리의 위치와 가치는 소자 자체의 스펙이 아니라 서비스와 워크로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3.12 결론: 인프라 인지형 에이전트와 에이전트 인지형 인프라
이러한 문제는 결국 풀스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습니다.
첫째, 인프라 인지형 에이전트, 즉 Infrastructure-Aware Agent가 필요합니다.
하드웨어의 한계가 무엇인지, 어떤 메모리와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는지, 시스템에서 어떤 최적화 가능성이 있는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에이전트 알고리즘에 반영해야 합니다.
둘째, 에이전트 인지형 인프라, 즉 Agent-Aware Infrastructure가 필요합니다.
에이전트 워크로드가 어떤 방식으로 문맥을 축적하고, 어떤 패턴으로 모델과 도구를 호출하며, 어떤 메모리를 요구하는지 이해한 상태에서 하드웨어와 시스템을 설계해야 합니다.
저는 이 두 방향의 결합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에이전틱 AI에서는 인퍼런스 운영체제와 같은 개념이 절실합니다. 스케줄러, 메모리 관리,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을 차세대 하드웨어와 긴밀하게 결합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CXL, HBM, 차세대 DDR 등 메모리 분야에서 분명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메모리를 범용 부품, 즉 커머디티로 공급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이 메모리를 사용하면 에이전틱 AI 서비스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어떤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해지는가”까지 제시해야 합니다.
메모리와 시스템 소프트웨어, 모델 알고리즘, 서비스가 결합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이 AI 3강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으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4. 패널 토론
4.1 패널 소개
신진우 위원장
이제 패널 토론을 진행하겠습니다.
오늘 발제를 해주신 이동수 위원님, 삼성전자 이윤수 부사장님, KAIST 이기민 교수님을 모시고 토론하겠습니다.
제가 공통 질문을 드리면 세 분께서 순서대로 답변해 주시고, 현장에 계신 위원님들께서도 의견이 있으시면 발언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5. 첫 번째 질문
에이전틱 AI 시대, 대한민국은 기술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신진우 위원장
첫 번째 질문은 에이전틱 AI 시대의 기술 전략에 관한 것입니다.
새로운 환경과 게임의 법칙 속에서 대한민국이 세계 AI 3강으로 가기 위해 기술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특히 대한민국의 메모리 강점을 에이전틱 AI 시대의 실질적인 경쟁력으로 전환하려면 HBM을 넘어 어떤 기술에 투자해야 할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기민 KAIST 교수
기존의 AI 모델은 주로 더 오래 생각하고, 어려운 수학이나 코딩 문제에 답하는 리즈닝 능력에 집중해 왔습니다.
하지만 에이전틱 AI로 넘어가면서 중요하게 요구되는 능력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여러 번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처리할 것인지, 장기 메모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여러 도구를 호출하면서도 짧은 지연시간 안에 답을 생성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델 차원에서도 에이전틱 AI에 특화된 능력을 집중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에이전틱 AI는 단순히 모델만 바꾼다고 구현되는 것이 아닙니다. 애플리케이션의 구조가 달라지고, 컴퓨터 아키텍처와 운영체제도 에이전틱 AI에 맞게 바뀌어야 합니다.
모델, 시스템 소프트웨어, 컴퓨터 아키텍처를 함께 연구한다면 에이전틱 AI 시대에 다른 국가보다 앞서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윤수 삼성전자 부사장
세계 AI 3강이라는 목표는 말로는 쉽게 제시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 AI 산업의 큰 판은 엔비디아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설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든 시스템에 중요한 부품을 공급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나 부품으로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판을 주도하기 어렵습니다.
AI 3강을 목표로 한다면 남이 만든 판에 들어가는 구조를 넘어, 우리가 판의 구조와 표준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인프라와 칩에서 시작하여 모델, 운영체제, 에이전트 시스템까지 풀스택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에이전트 간 KV 캐시를 공유하는 구조나 에이전틱 AI 전용 프로세서와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만들고, 이를 하나의 표준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우리가 먼저 시스템을 만들고 다른 기업들이 그 체계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동수 위원
에이전틱 AI 시대에 메모리의 중요성이 커진 것은 우리나라에 분명한 기회입니다. 그러나 메모리만 잘한다고 충분한 것은 아닙니다.
과거 우리나라가 메모리 산업이나 조선 산업에 처음 진출할 때는 상당히 과감한 선택을 했습니다. 모든 ROI가 확인된 뒤에 움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다른 나라가 하지 않은 일은 주저하고, 누군가 성공한 뒤 ROI가 확인되어야 따라가는 경향이 생긴 것 같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스타트업과 메모리 대기업 모두 에이전틱 AI 인프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논의하는 것입니다.
모델, 알고리즘, 시스템, 메모리, 반도체, 서비스 분야의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중국의 AI 기업들도 자신들의 장점으로, 미국 빅테크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더라도 핵심 인력이 한자리에 모여 빠르게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대한민국도 적절한 규모와 빠른 협업이라는 장점을 살릴 필요가 있습니다.
박태웅 분과장
풀스택과 엔드투엔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우선 우리가 말하는 풀스택이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드웨어 안에서도 풀스택이 있을 수 있고, 소프트웨어 안에서도 풀스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매우 강하게 교차하는 지점들이 생기고 있으며, 바로 그 교차점에서 새로운 기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에이전틱 AI의 전체 스택을 하나의 지도처럼 그려보면 좋겠습니다.
전체 엔드투엔드 구조 안에서 어떤 기술 계층이 존재하고, 어느 지점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며, 어떤 부분을 국가적으로 집중해야 하는지 함께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전략위원회가 이러한 기회 공간을 정리한다면, 현재 대한민국이 가진 자원으로 여러 가능성을 병렬적으로 실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신정규 분과위원
지금은 AI라는 기술이 다른 IT 분야와 분리되어 보이지만, 2년 정도 지나면 ‘AI’라는 단어 자체가 지금만큼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IT 시스템이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동작하고,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에 AI가 포함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AI라는 전문 분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지금도 웹과 앱이라는 전문 분야가 존재하는 것처럼, AI의 핵심 기술 영역은 계속 존재할 것입니다.
중요한 질문은 앞으로 AI가 보편화된 이후에도 독립적인 핵심 기술로 남을 것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AI 인프라 최적화, 에이전트 워크플로 운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 보안과 권한 관리 같은 기술은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영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전체 하드웨어에서 최종 사용자 서비스까지 모든 계층을 그린 뒤, 어떤 영역은 시장에 맡기고 어떤 영역은 국가가 집중적으로 육성할지 구분해야 합니다.
몇 년 후에도 핵심 AI 기술로 남을 영역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6. 두 번째 질문
대한민국은 풀스택을 모두 확보해야 하는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가?
신진우 위원장
대한민국은 파운데이션 모델, GPU, 데이터센터까지 모든 스택을 확보해야 할까요?
아니면 메모리, 추론 최적화, 에이전틱 소프트웨어처럼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특정 영역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까요?
소버린 AI와 실질적인 AI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기술 전략이 필요한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동수 위원
저는 약 15년 동안 반도체를 연구했습니다. 트랜지스터부터 공정, 메모리 회로까지 여러 계층을 경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진정한 풀스택 엔지니어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 시장에 대한 이해였습니다.
아무리 좋은 트랜지스터와 반도체를 만들어도 시장에서 사용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기술을 연구하면서 항상 “이 기술이 정말 필요한가”, “나만의 상상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논문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가”라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특정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10년 동안 금융회사와 대화하며 실제 수요를 확인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엔드투엔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최종 서비스부터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단순히 전기차를 여러 번 운전해 보는 수준이 아니라, 이 회사가 왜 자동차를 이렇게 설계했는지, 어떤 환경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사용자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를 집요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저는 반도체 설계가 프로파일링으로 시작해서 프로파일링으로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서비스와 워크로드를 깊이 분석해야 새로운 시스템 솔루션이 나옵니다.
실제로 많은 에이전틱 AI 플랫폼이 개념적으로는 훌륭하지만, 사용해 보면 너무 느리거나 불편해서 사용자가 곧바로 삭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우리가 무엇을 잘못 이해했는지, 왜 제품이 팔리지 않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차세대 메모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식당은 핵심 메뉴가 몇 개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차세대 메모리 기술은 수년 동안 시장에 나오지 못한 채 가능한 용도를 수십 개씩 나열합니다.
설렁탕도 팔고 김밥도 팔고 다른 모든 메뉴까지 판다면, 결국 어떤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어떤 서비스에 집중할 것인지, 어떤 시장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기술 공급자의 상상만으로 제품을 만들 것이 아니라, 서비스 시장과 반복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기술을 개선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엔드투엔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윤수 삼성전자 부사장
소버린 AI를 목표로 한다면 전체 스택을 모두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하나도 완전히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모든 기술 계층을 단기간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전체 역량은 유지하되 현실적인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현재 AI 기술은 매우 빠르게 바뀌고 있으며, 국가 간 정책과 수출 규제도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정 국가나 기업의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다가 지정학적 환경이 바뀌면 핵심 모델이나 컴퓨팅 자원을 갑자기 사용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전체 스택을 이해하고 최소한의 자생 능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 위에서 대한민국이 강점을 가진 영역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기민 KAIST 교수
저도 잘하는 분야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모델 기술이 글로벌 프런티어 연구소보다 다소 부족하다고 해서 모델 개발을 포기한다면, 향후 해외 모델의 이용 조건이 제한될 때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특정 국가에만 모델을 공개하거나, 특정 GPU와 특정 메모리에서만 추론할 수 있도록 배포 조건을 제한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모델을 개발할 능력이 없으면 외부 정책과 기업의 결정에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과거에는 소버린 AI라는 개념에 회의적이었습니다. 우리가 투자한다고 실제 프런티어 연구소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관점을 달리하게 됐습니다.
소버린 AI는 반드시 세계 1위 모델을 만들기 위한 전략만은 아닙니다. 외부 환경이 바뀌어도 스스로 시스템을 운영하고 대응할 수 있는 자생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좋은 모델을 계속 개발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인력과 기술, 평가 및 운영 능력이 축적됩니다.
국가 차원에서 전체 스택에 대한 역량을 유지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7. 세 번째 질문
정부가 먼저 AI 수요를 만들어야 하는가?
신진우 위원장
정부는 AI 공급 역량을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할까요, 아니면 공공조달과 규제 개선을 통해 대규모 에이전틱 AI 수요를 먼저 만들어야 할까요?
GPU, 프로세서, 모델 개발을 지원하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정부가 초기 수요처의 역할까지 맡아야 하는지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이기민 KAIST 교수
궁극적으로 수요를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좋은 수요는 좋은 모델과 서비스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Kimi와 같은 모델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단순히 성능이 좋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실제로 잘 동작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합니다.
억지로 수요를 만들면 사용하기 불편하거나 실질적인 가치가 없는 형식적 수요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모델과 서비스가 나온다면 수요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정부가 인위적인 사용량을 만드는 것보다 좋은 공급과 기술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윤수 삼성전자 부사장
59:30 이후
저는 정부가 직접 수요를 만들어내는 방식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입니다.
초기 산업을 육성하는 데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수요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지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시장에 맡겨야 할 영역과 정부가 개입해야 할 영역을 구분해야 합니다.
정부는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장기 원천기술, 공통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을 지원해야 하지만,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억지로 사용하도록 하는 정책은 신중해야 합니다.
박태웅 분과장
1:03:47 이후
우리나라에 가장 부족한 것은 생태계적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DARPA로 대표되는 국가 주도의 장기 R&D를 추진해 왔고, 중국은 특정 산업이 자립할 때까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초기 시장을 키웠습니다.
두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플라이휠에 대한 명확한 사고를 가지고 있습니다.
초기에 한두 바퀴만 돌려주면 기업과 인재, 기술과 시장이 연결되고, 생태계가 스스로 가속하게 된다는 관점입니다.
반면 한국의 정책은 지나치게 분절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공장을 몇 개까지 보급하겠다는 수치 목표는 제시하지만, 이 사업이 전체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순환시키고 가속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는 부족합니다.
중국처럼 산업이 이륙할 때까지 과감하게 마중물을 공급하든지, 미국처럼 원천기술을 10년 또는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지원하든지 일관된 전략이 필요합니다.
앞서 전체 기술 지도를 그려야 한다고 말씀드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어느 지점에 정책적 자원을 투입했을 때 그 효과가 전체 엔드투엔드 생태계로 확산되는지를 봐야 합니다.
정책의 목표는 개별 사업의 숫자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의 플라이휠에 관성과 가속도를 붙이는 것이어야 합니다.
8. 네 번째 질문
에이전틱 AI의 보안과 안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이동수 위원
1:09:07 이후
에이전틱 AI의 보안은 모델 개발과 독립된 별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코딩 에이전트의 경우 도구 사용 방식과 하네스의 특성을 사전학습 단계부터 함께 반영하기도 합니다. 보안 역시 모델, 하네스, 시스템과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완성된 정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매우 시급하기 때문에 완벽한 정책과 기술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실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면서 시행착오를 축적해야 합니다.
공격 에이전트에 어떻게 대응할지, 방어 자체를 다른 에이전트가 수행하도록 할 수 있는지 등 새로운 문제를 빠르게 실험해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도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누가 먼저 경험을 축적하고 시스템을 발전시키느냐가 중요합니다.
이윤수 삼성전자 부사장
1:10–1:11 구간
에이전틱 AI의 안전은 기술적인 요소와 정책적인 요소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기술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규제만으로도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 수 없습니다.
해외의 기술 및 정책 사례를 함께 검토하면서, 실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단계적 안전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기민 KAIST 교수
정책과 기술이 결합될 수 있는 핵심 지점이 바로 하네스라고 생각합니다.
하네스는 말 그대로 에이전트를 제어하는 목줄 또는 안전장치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네스는 모델이 어떤 권한을 가질 수 있는지, 어떤 시스템과 데이터에 어느 수준까지 접근할 수 있는지를 정의합니다.
하네스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에이전트의 성능뿐 아니라 안전성도 달라집니다.
따라서 국가, 기업과 학계가 함께 참여하여 대한민국 환경에 적합한 하네스와 안전 프로토콜을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에이전틱 AI 시스템이 따라야 할 접근권한, 감사, 검증 및 차단 규칙을 표준화할 수 있다면 더 안전하게 AI를 사용하고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정규 분과위원
기업용 에이전틱 AI 플랫폼에서는 사람과 에이전트가 업무를 나누게 됩니다.
따라서 에이전트에게도 적절한 접근권한을 부여해야 합니다.
현재 회사와 학교에서는 RBAC, 즉 역할 기반 접근제어를 통해 사람마다 접근할 수 있는 문서와 데이터의 범위를 제한합니다.
에이전트에도 이와 같은 권한체계가 필요합니다.
에이전트가 조직 내부의 비공개 정보를 임의로 읽어 외부에 공개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일부 글로벌 기업은 사람에게 부여하던 권한체계를 에이전트에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기업별로 수십만 개의 에이전트 전용 아이덴티티를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사람 한 명당 에이전트가 10개 이상 존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에이전트와 권한의 종류가 증가하면 권한 관계의 복잡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기존 RBAC만으로는 관리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권한 요청이 나타날 때마다 무조건 승인하다 보면 나중에는 통제할 수 없는 시스템이 됩니다.
에이전트의 권한을 어떻게 부여하고, 관제하고, 회수하고, 감사할 것인지가 기업용 에이전틱 AI의 핵심 문제가 될 것입니다.
사람에게 적용해 온 보안 원칙을 에이전트에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9. 다섯 번째 질문
AI 시대의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신진우 위원장
에이전틱 AI 시대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과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지식 전달과 문제풀이 중심 교육은 어떻게 보면 AI 에이전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앞으로 교육은 AI를 잘 활용하는 능력을 가르쳐야 할까요?
아니면 AI에 의존하지 않고 문제를 정의하고, 판단하고,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근본적인 역량을 더욱 깊이 가르쳐야 할까요?
교육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이기민 KAIST 교수
젠슨 황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앞으로는 코딩을 직접 공부할 필요가 없고 AI가 대신해 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교육자의 입장에서는 이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학생들이 AI를 이용해 논문을 매우 빠르게 읽고 질문에도 잘 답합니다. 그런데 정작 논문을 직접 쓰는 능력은 충분히 향상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학생들이 논문 전체를 직접 읽고 구조를 이해하기보다 AI에게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가”, “내가 궁금한 내용은 무엇인가”라고 묻고 필요한 답만 가져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하면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지만, 논문이 어떤 논리와 구조로 쓰이는지는 학습하기 어렵습니다.
코딩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코드를 작성하더라도, 사람이 직접 코딩을 배우는 과정에서는 논리를 어떻게 전개하는지, 언어와 시스템이 왜 이런 구조로 만들어졌는지를 학습합니다.
직접 수행하는 느린 과정에서만 얻을 수 있는 사고 능력이 있습니다.
젠슨 황과 같은 사람들은 이미 코딩을 깊이 공부하고 이해한 상태이기 때문에 AI 코딩 도구만 사용해도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 학생과 대학생을 교육하는 관점에서는 AI가 대체할 수 있는 활동을 직접 해보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AI 도구를 잘 사용하는 방법은 당연히 가르쳐야 합니다. 그러나 논리적 사고, 문제 해결, 글쓰기와 같은 근본 역량을 기르는 교육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계산기가 있다고 수학 공부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수학을 배우는 목적은 단순히 계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입니다.
새로운 AI 도구가 나왔다고 해서 교육의 근본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패널 발언
AI가 제공하는 편리함과 효율성을 활용하되,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주권은 지켜야 합니다.
사람이 직접 생각해야 하는 영역과 도구에 맡겨도 되는 영역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는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나 교육의 목표가 단순히 AI 도구를 잘 사용하는 사람을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AI가 생성한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며, 결과가 잘못됐을 때 원인을 찾아 수정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야 합니다.
이동수 위원
1:19:02 이후
AI를 잘 사용하는 인재보다 근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는 교육 방향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어디까지 사람이 직접 생각하고 어디까지 도구를 사용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일은 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저도 한 가지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약 10여 년 전 제가 미국 연구소에서 근무할 당시 AI가 갑자기 중요한 기술로 부상했습니다. 당시 연구소에는 AI를 전공한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모두가 새롭게 공부해야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새로운 AI 기술을 빠르게 익히고 발전시킨 사람들 중에는 물리학 박사와 수학 박사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AI의 세부 기술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수학과 물리학, 논리적 사고가 탄탄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빠르게 이해하고, 몇 년 뒤에는 새로운 기술을 직접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특정 시기에 유행하는 기술과 스킬은 현장과 회사에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것과 회사에서 실무를 통해 습득해야 하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유행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도구 사용법만 가르치기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도 스스로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사고방식과 기초 역량을 가르쳐야 합니다.
최근에는 대학이 필요 없다거나 전통적인 교육이 필요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AI 시대일수록 수학과 과학의 기초가 더욱 중요합니다.
에이전트가 생성한 결과가 적절한지 평가하고, 다음 단계에서 어떤 조정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려면 확률과 통계 같은 기초 수학 지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정 AI 도구를 사용하는 법만 배운 사람은 도구가 바뀌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반면 기초가 탄탄한 사람은 기술이 바뀌어도 새로운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에이전틱 AI 시대의 교육은 도구 활용과 기초 학문을 대립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수학, 과학, 논리, 글쓰기와 문제 정의 능력을 더욱 깊이 교육해야 합니다.
10. 폐회
사회자
오늘 약 90분 동안 에이전틱 AI 시대의 기술 변화와 국가 컴퓨팅 전략, 풀스택 경쟁력, 정부의 역할, 보안과 교육 문제까지 폭넓게 논의했습니다.
참석해 주신 모든 위원님과 패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상으로 세미나를 마치겠습니다.